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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 단편 - 무신(武神)

번호 906
알테마 | 창술사 | Lv.60
16-08-25 01:48 조회 8317

*본 소설은 약간의 메인퀘스트 스포일러를 담고있으니 주의바랍니다.

 

 

 

[지루하군..... 좀 더 재밌는 일은 없는 것인가.]

 

깊은 잠에서 눈을 뜬 이래, 나는 계속 이곳에 있었다.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 동굴인가....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듯한 느낌이 드는군.

 

"위대한 그나스의 무리가!"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목소리도 무척이나 익숙하군. 그래.... 난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

 

"미래를 여는 자를 부르나니.....!"

 

아아, 그래. 이 목소리. 나를 처음으로 이 땅에 부른 자의 목소리로군. 하하..... 아니, 이 세상에 부른 것이 아닌가. 애초에 난 이 땅에 존재했던 적이 없었으니.

 

"용맹한 자, 무예의 스승, 무리를 인도하는 신......"

 

그래그래. 너희들이 누군지 기억난다. 너희들의 소망을 난 안다. 너희가 날 만들었고 또 이 세상에 불렀지. 참으로 기특한 녀석들이야. 그래.... 너희들과 약속을 했지.

 

"무신 ''라바나''시여! 강림하소서!"

 

그래, 나의 백성 ''그나스''여. 나, 무예의 신 라바나를 불렀느냐. 지금 너의 소망에, 기도에 답해 내 친히 강림하노라.

 

 

그나스 족 사제가 기도를 마치자 허공에 칼 네 자루가 생겨났다. 밤하늘의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검신을 가진 네 개의 칼.  그 칼들은 그대로 대지에 박혀 빙글빙글 돌며 원을 그렸다. 이윽고 그 원을 따라 불꽃이 회오리를 치며 동굴의 천장까지 뒤덮을 기세로 솟아올랐다. 소름끼치도록 웅장한 모습. 그 속에서 한 그림자가 생겨나 네 자루의 칼을 집어든다. 그나스 족과 마찬가지로 곤충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그 위엄과 기세는 영웅이라 칭송받는 나조차도 압도할 정도였다. 네 개의 팔에 각각 한자루씩 검을 쥔 그 모습은 그 이름 그대로 ''무신''의 모습이었다.

 

"저것이 라바나......"

 

''무신'' 라바나. 그나스 족이 소환한 야만신이자 드래곤 족을 멸할 무예의 신. 그 모습에 이젤과 난 압도당했다.

 

[무리 지은 자들이여, 나를 부른 이유가 무엇이냐?]

 

라바나의 물음에 그나스 족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무신이시여, 우리의 땅에 인간이 침범하였나이다. 이들을 붙잡았기에 그 처분을 여줍고자 합니다."

 

그 말에 라바나가 흥미를 보였다.

 

[호오, 그나스의 땅에 인간이 들어왔다고?]

 

라바나는 흥미로운 눈으로 나와 이젤을 바라보았다. 이젤은 이를 악물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라바나여, 우리는 그대와 싸우고자 온 것이 아니다. 왜 그대가 드래곤과 싸우는지 묻고자 왔다."

[기묘하군. 인간이 지금 그나스의 싸움에 참견하는 것이냐? 흐음.... 그래, 인간도 용과 전쟁을 한다지. 그렇다면 동맹의 제안으로 온 것인가?]

 

그 말에 이젤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우리는 전쟁의 종결을 위해 왔다. 왜 지금에 이르러 그나스 족이 신을 소환하면서까지 싸우려 하는지 묻고자 하는 것이다."

[하!]

 

이젤의 물음에 라바나는 코웃음을 친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어리석구나. 전투란 삶 그 자체다. 그래..... 그나스는 오랜 세월동안 인내하며 그 칼을 갈아왔노라. 지금 인간과 드래곤은 지친 상태지. 지금이야말로 전쟁을 벌힐 절호의 기회이거늘. 이 몸이 드래곤을 베어버린다면 그나스는 위협없이 살 수 있으리라. 난 그러한 소망으로 태어난 무의 신이다. 이 이상의 이유가 어디있는가.]

"음......."

 

이젤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결의에 찬 눈으로 라바나를 응시했다.

 

"그러면 무로써 이야기할 뿐! 무신이여, 결투를 신청하겠다!"

 

그녀의 말에 그나스 족 모두가 당황하였다. 하긴, 인간이 신에게 결투를 청하다니, 남들이 볼때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하하하하하하!]

 

라바나는 크게 웃었다. 그의 얼굴엔 만족과 경탄의 빛이 서려있었다.

 

[인간 중에도 이러한 호걸이 있었군! 좋다, 도전을 받아들이마. 대신, 내가 이기면 너희의 혼을 취하리라.]

"좋다."

 

이젤의 얼굴에 비장함이 서린다.

 

 

재밌는 인간이다. 무예의 신인 나에게 도전을 하다니. 재밌어..... 아주 재밌어. 소환되고 지금까지, 드래곤 몇을 처리하였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그나스 족은 나를 신으로써 떠받들 뿐. 조금 지루하던 찰나에 이러한 기상을 가진 인간을 만나다니. 은색 머리의 여자에게도 꽤나 강한 힘이 느껴지지만 내가 정말로 흥미가 있는건 그 뒤에 있는 군청색 머리의 여자다. 무언가 형용할 수 없을정도로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익숙하면서도 오싹해지는 느낌. 다른 신들을 토벌했다고 전해지는 그 ''영웅''인가.  하지만 일단 나에게 먼저 도전을 한 이 여자부터 상대해주어야겠지. 너는 어떤 무를 품고 있느냐?

 

"........"

 

여자는 눈을 감더니 주변 크리스탈의 힘을 끌어모았다.

 

''이것은.....?''

 

설마, 그런 것인가? 아니, 그럴리 없다. 하지만 방대한 에테르가 여자를 중심으로 모여 주변 바닥을 얼렸다.

 

''얼음.....?''

 

이윽고 여자의 몸을 거대한 얼음들이 둘러싸더니 일제히 깨져나가며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차가운, 마치 겨울 그 자체와 같은 기운을 가진 신의 형체를.....

 

[뭐라?! 인간의 몸에 신을 내렸단 말인가!]

 

인간의 몸에 직접 신을 내리다니, 가능한 일인가....... 예상외로 강적이었군.

 

[약속은 지키리라 믿는다. 무신 라바나여.]

 

훗...... 하지만 그 정도로 무신을 이길려고 하는 건 무모하다, 얼음신이여.

 

[물론이다. 무신에게 두말은 없을지어! 오라!]

 

 

이젤이 소환한 시바와 라바나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쉴새없이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는 얼음들의 공격을 라바나는 무예의 신답게 전부 막아내었다. 간접적인 공격으론 라바나의 방어를 뚫을 수 없을 것이라 여긴 시바가 라바나와 그 주변 모두를 얼려버리려고 했으나 라바나는 그것을 간단하게 깨고 말았다. 비록 완벽하게 전력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라바나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얼음신이여, 그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게 말하며 라바나는 검 하나로 시바의 몸을 꿰뚫었다.

 

[크윽..... 이 정도로 강할 줄은.... 크리스탈이 부족했던 건가.....?]

 

시바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라바나는 간단하게 그녀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입을 열었다.

 

[신의 힘을 다룬다고는 하나, 인간은 인간일 뿐인가. 그래.....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라바나의 눈이 나를 향한다. 비록 라바나의 힘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용시전쟁을 막기는 커녕 오히려 더 큰 전쟁을 불러오게 되리라. 나는 말없이 허리춤에 있는 쌍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무의 신이여, 이곳에서 물러날 수는 없습니다.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오."

[호오......]

 

라바나는 감탄사를 흘렸다.

 

[끝까지 싸운다고 하는 것인가..... 훌륭하구나. 그렇다면, 오라! 얼마든지 상대해주마!]

 

라바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 이곳으론 불충분한가. 나의 투기장으로 오라. 그곳에서 그대를 상대하리라.]

 

그래.... 물러날 순 없다. 비록 힘들겠지만, 라바나.... 그대를 쓰러뜨려 보도록 하겠다.

 

-

 

신의 힘을 가지고 있던 것은 의외였으나 그 여자는 그래봤자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였다. 이제 내가 기대하는 것은 군청색 머리를 한, 기묘한 뿔을 가진 여자의 힘이다. 그녀에게선 깊고 밝으면서도 강인한 힘이 느껴진다. 만약 그녀가 나 이전에 소환되었던 신들을 토벌한 그 영웅이 맞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저벅저벅

 

동굴 깊이 준비된 나의 신전. 이곳은 나의 투기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예의 신이라는 이름에 맞게 이 투기장을 신전으로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용할 수 있게 될 줄이야.

 

[왔는가, 인간.]

"........."

 

여자는 내 말에도 답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쌍검을 만지작거리기만 하였다. 후후.... 재밌군.

 

[자, 대화를 시작해볼까.]

 

나의 검, 월검 ''찬드라하스''를 꺼내들며 나는 그렇게 말한다. 여자 또한 그녀의 쌍검을 꺼내들며 나를 응시하였다.

 

[무로써 말이다!]

 

내 외침과 함께 두 개의 검이 적막한 붉은색 안개를 가른다.

 

-

 

[크윽......!!!]

 

나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여자는 좀 지친 표정을 지었을 뿐, 미동조차 없다. 고작 인간이.... 어찌 이런 힘을....

 

[나의 무예를 뛰어넘다니....... 인간이지만 그대는 강하군......!]

 

인간의 힘이 이리 강할 줄이야...... 아니, 인간의 힘만이 아닌가.....

 

[.....빛의 힘.... 크리스탈의 힘인가.....]

"......."

 

여자는 대답이 없었다. 그래... 그런 것인가...... 하이델린, 그대는 어디까지.......

 

[인간이여, 그대는 승리하였지. 약속대로 드래곤과의 싸움을 멈추겠다. 허나......]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무엇인가 착잡해보였다. 과연, 그대도 알고 있는 것인가.

 

[......크리스탈의 선택을 받은 전사...... 그 이름이 짊어져야할 대가는 크다.]

 

하이델린...... 그대는 계속해서 인간들의 희생을 바라는가. 과연 그대가 하는 일이 옳은 것인가. 나는 다른 신들처럼 하이델린이여, 그대를 부정하지 않는다. 허나..... 의문이 든다. 이 세상이 지켜나가야할 옮음이란 과연 그대가 말하는 대로인 것인가.

 

[우리 같은 신들은 모두 각 종족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지고, 소환되어왔다.]

"......."

[그건 그대들이 믿는 신 또한 다르지 않다.]

"........알고 있어요."

 

그래. 그것을 그대는 이미 알고 있겠지. 그 눈, 그 눈을 보면 안다. 그래.... 나도 그랬었어..... 이 몸도..... 그랬었지.....

 

[이 세상의 올바른 모습이란.....]

 

후...... 의식이 조금씩 흐려지는군. 이제 에테르계로 돌아가야할 때가 다가오는 건가.

 

[......정해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신이라 불리지만, 정확한 것은 모른다. 그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 모두가 서로 살기위해 경쟁하며 싸우는 지금 이 모습이 본래 세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의 아이들도, 다른 욕망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저 좀 더 안락한 생활을 원하고 있을 뿐. 그래 투쟁이야말로 이 세계의 진정한 모습일지도 모르지.

 

[난 무예의 신. 투쟁의 신일지어. 이 세상에 영원한 평화는 없으리라.]

 

영원한 평화와 안락함이 지속되는 세계는 없을지어.

 

[그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세계일지니.]

 

[빛의 전사여, 이 세상의 희망을 짊어진 이여.]

 

마지막으로 난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그대의 이상을 관철해보라.]

 

그대의 이상을 관철하여 옳았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거라. 모든 신들에게 보여주거라. 이 세상에 신의 간섭이 필요없다는 것을 보여주거라.

 

''하이델린이여..... 아씨엔이여.......그대들의 거짓된 속삭임 또한 잘못된 것임을 이 자는 보여주리라.......''

 

그렇게 된다면 이 몸이 그 이상 바랄 것은 없으리라.

 

허둥지둥

 

한 구석에서 나와 빛의 전사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그나스 족들이 당황한다. 아... 그래..... 내 너희들의 기도를 아직 들어주지 못하였구나. 나의 아이들아...... 미안하구나..... 하지만 빛의 전사를 믿고 나는 돌아갈 것이다. 빛의 전사여, 부탁하겠노라. 한 때 내가 구원하고자 헀던 그들 모두를.......

 

 

무신의 이야기인데, 그다지 잘 구성못한 것 같네요. 원래는 소환되고나서 주인공과 만나기 전까지를 그리려 했지만 신들의 과거행적 따위는 손톱만큼도 나와있지를 않으니.... 그냥 이래저래 구상해봤습니다.

 

아, 참고로 이 모든 소설은 게임 내 설정과는 상관없는 픽션입니다.(조금은 관련이 있지만 많은 것이 제 창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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