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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옷을 입은 사람들

번호 1570
초코보 | 검술사 | Lv.70
19-09-25 23:50 조회 8706



 



말하자면 돈은 육식 동물이다.

(Gil)이 넘쳐흐를듯한 돈주머니를 손바닥에 올리면 모험가로서의 수심이 얕은 뿐인 긍지와 순수한 자유는 금새 메말라버리고 돈이 곧 칼날이자 마법이 아닐까란 생각이 스쳐지나가면서 체내에 기분 좋은 독기가 퍼지는 것이다어제의 굶주림은 옛 전설처럼 느껴지고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가난은 겪지 않으리라는 안도감에 게을러지기 마련이었다


「오늘 밤은 밤하늘에 뜬 별들을 세면서 잠들지 않아도 돼. 찬바람 대신 향긋한 포도주향이 지친 코를 밤새도록 간호할 것이고 정면으로 눕는다면 천장에 매달린 쟁글쟁글한 화기를 뿜어대는 램프에 눈동자가 타버리겠지. 」


눈동자가 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테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하더라도 돈이 운명을 옭아메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고작인 모험가들에겐 덧없이 행복한 죽음일 것이다

밀린 외상을 전액 지불할 수 있는 날이 그들에게도 찾아왔다.

더 나아가 항상 자신을 닦달하던 사람들에게 반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날이 될지도 모른다창문으로 울다하와 림사 로민사그라다니아의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날이 될테다도시는 그들의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그들은 야경이 폭발하는 도시의 창공 위로 활짝 열린 용문龍門까지 날아오를 기세였다아니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지금의 그들이라면.


포도주가 든 잔을 원 모양으로 빙글 돌리면 손아귀에서 포도주가 넘실거리며 소용돌이쳤다그러면 보라빛 수면은 폭풍을 만난 바다와 같은 모습이 되는데 아직도 돈에게 먹히지 않은 부위가 남아있는 모험가들은 거친 수파 속에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타인처럼 느껴지는 심연의 괴물과 눈이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때로는 보라빛 수면 아래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그 괴물은 고양이 같은 귀를 가지고 있었다다른 경우라면 수평 방향으로 길다랗게 난 귀라든지드래곤의 송곳니를 연상시키는 뿔을 가지고 있는 경우였다.

애도와도 같았던 자아성찰의 시간은 뼈밖에 없던 과거에 필요한 살을 불리는 게 아니라 비곗덩어리만 잔뜩 불리는 꼴이 되었다결국 앙상한 각오는 금전욕이란 광견에겐 물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법이란다고기 맛을 안 자는 야채엔 만족하지 못하고술맛을 안 자에겐 금주법이 악법惡律처럼 느껴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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